0. 아무리 헤매도 빠져나가지 못하는 그대가 바로 검은 꽃들에 뒤덮인 나의 묘지입니다. -이응준, 미궁 中 1. "약쟁이들이 이선생을 무슨, 스티브잡스처럼 여기잖아요." 마약반 형사들까지 다 아는 사실이다. 이선생은 약을 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정확하게 꿰뚫어봤고, 그들의 니즈를 정확히 겨냥하는 약을 만들어냈다. 마약 말고도 다른 사업을 했으면 기가 막히게 ...
0. 에로스는 자신의 화살에 찔려 소년에서 남자가 되었다. 1. 누가 어린 마음에 불 붙은 열정이 순수하다고 했는가. 이중구는 태어날 때 부터 힘을 욕망하는 사람이었고, 자신보다 약한 존재 앞에서는 자비나 유순함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맹수였다. 그는 고등학교때 주먹질 좀 한다던 놈들이 다 그렇듯 자연스레 깡패짓을 시작했다. 동네의 유명한 주먹이었던 그는 ...
희끄무레한 것이 문간에 어려있다. 옷자락인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의 손 같기도 하다. 혜경은 준길이 찾아온게 아니라면 그것이 무엇이라도 상관 없다. 준길이 가져다 주었던, 출처가 불분명한 홍삼의 진액을 티스푼으로 퍼 올리는 것도 힘든 밤이다. 고작 그거 하나 퍼 올리는 것에도 손가락이 떨리도록 힘이 들어간다. 준길이 산 것은 아닐 것이다. 판돈 대신에 가...
준길은 소란스러운 곳에서도 언제나 혜경의 목소리를 잡아낼 수 있었다. 준길의 손이면 한 손에 쥘 수 있을 것 같은 가느다란 몸매를 드러내는 옷을 고르는 과정도, 늘어트린 머리카락을 미용실에 들러 매만지는 시간에도, 지금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새어나오는 입술을 붉게 칠하는 모습도. 준길은 언제나 조금 떨어져서 혜경의 모습을 무심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 지...
연애를 시작한 연인의 처음 치고는 미적지근한 밤이었다. 둘 다 술에 취하지도 않았고, 서로에 취하지도 않은 채. 그녀의 두려움과 그의 의무감이 뒤섞여 미적지근한 첫 섹스가 '일어났다'. 그녀의 두려움은 더 이상 진전이 없는 관계의 미적지근함에 있었고, 그의 의무감은 마음이 흔들리는 그녀를 곁에 두어야한다는 것에서 기인했다. 한번의 정사 후, 익숙하지 않지만...
손목이 찢어진 채 말라가는 인어는 거의 죽어있었다. 창민이 받았던 사진과는 꽤 거리가 있는 모양새였기에, 팔아먹고 튄 새끼를 몇대 후려팬다음 인어의 피라도 뽑아내야 사들인 수지가 맞을 판이었다. 피 뽑는건 창민이 싫어하는 짓 중 하나였다. 인도적인 관점에서 드는 거리낌은 아니고 그저 좀, 더러워서. 인간도 짐승도 아닌것의 피를 뽑아내면 인간의 것보다 더 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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